라이더자켓
가을이 왔다. 새옷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다보니 올해는 라이더 자켓을 오랜만에 다시 구매해서 입어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렇게 옷을 사려고 생각해보니 펑크락 키드였던 십대시절 보다 몸무게와 나이가 많이 늘어남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십대시절에는 라이더 자켓을 입고 롹커 폼새를 내는것만으로 타이트하고 춥고 덥고 한것도 버틸만했는데 이제는 그렇게는 못하겠다. 여름에 입을 수 있는 얇은 라이더자켓과 겨울에도 입을수 있는 라이더 자켓을 알아보니 더 복잡하고, 거기에 비만으로 인해 큰 사이즈의 옷들을 찾다보니 가격도 더 솔찬히 나온다. 그렇지만 다이어트 하고 옷사겠다는 결론을 낸다면 결국 포기하는것 같고.. 일단은 가을과 겨울을 보낼 수 있는 자켓을 알아보는 중이다.
요새는 패션으로도 롹커들이 많이 사라졌지만 펑크락 키드 시절이었던 십대시절에 동대문에서 펑크밴드들이 입던 옷들이 유행을 해서 패션펑크락커들도 많이 보이곤 했다.
반디지랑 라이더 자켓, 스파이크 악세사리등.. 패션으로 라이더자켓을 많이 입긴했지만 그래도 스파이크 목걸이에 왁스로 뾰족하게 스파이크 머리를 하고 나면 유행은 절대 따라올 수 없는 매니악한 분위기가 있어서 괜히 시드비셔스가 된것처럼 어깨를 구부정하게 다니며 불량배처럼 다니면 자존감이 높아지던 시절도 있었다. 그때는 정말 불편한줄도, 욕을 먹는줄도 모르고 공연을 보러다니고 친구들과 사고치러 다니고 누가 더 미친사람일까 대결하며 지치지도 않고 놀았다. 그때에 비하면 많이 차분해 졌구나.
뜬금없이 웬 라이더 자켓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요새 문뜩 내 자신이 노인이 되버린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꼰대에다가 늙은이가 되어 쉬이 지치고 포기해버려 가벼운일과 작은일에 만족하며 사는것은 아닐까.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삶도 좋지만 이것이 위축되고 무기력한 마음에서 드는 정신적인 노화라면 침해방지처럼 내 정신에도 다시 로큰롤이 필요한게 아닐까?
때가 잘 타지 않는 편한 회색티에 반바지, 혹은 야외를 대비한 스판바지 등에 가디건, 티셔츠, 어쩌다 셔츠등의 행거에 걸린 옷들을 보니 아무리 비만이 되었다고 하지만 꾸미는 즐거움을 포기하고 사는것은 아닐까. 나이 서른에 벌써 너무 늙다리같은 초라한 꼴은 아닐까 하는 마음에 어쩐지 쓸쓸함이 가시질 않는다.
가난해도 행복하고 멋지게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십대시절에 생각하던 서른의 내모습을 다시 상상해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