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이거산 X 현실적 사랑주의자

'현실적 사랑주의자'라는 이름으로 음악 만드는 이거산 입니다

알고 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다.

세모녀 조례를 보니 생각이 나서..

습작청년 이거산 2014. 3. 31. 16:39

 

예전에 페북에 썼던 글인데 블로그에 옮겨옵니다. 한국사회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람다운 삶을 지키지 못하고 무너져가고 있는지 겪어본 저로서는 심히 공감이 됩니다.

억울하고 비참했던 그날의 기분 잊지 않겠습니다.

 

(2013년 페북에 썼던 개인적인 글 발췌)

오랫만에 생각나서 올려보는데.. 이 사진을 찍을 당시에 나는 아버지가 장만한 집이 경매로 넘어가고 불시에 강제집행이 진행되어 노숙자가 되고 서둘러 집을 구하긴 했지만 경매에서 남은 4천만원정도의 돈을 행정 절차상 늦게 통장에 들어와 일주일 가량을 집도 없이 밖에서 생활을 했다. 근데 24년간 살던 집에서 쫓겨난것보다 더 열받는것은 거주자에게 연락이나 통보도 없이 진행한것과 살림살이를 폐지따위에서 주워온 흙먼지가 가득한 박스에 신발이고 화분이고 구분도 없이 담았다는것이다. 유리그릇이나 유리로 된 물건이 있던 박스는 그 안에 있던 살림살이가 모두 유리가루로 범벅이 되었다. 물론 화분과 신발과 같이 넣어둔 옷들도 말할 필요가 없겠지.

 

당시에 동생은 군인이었는데 군대에서 십자인대가 파열된거 같다고 전화가 오고.. 아버지는 알콜중독에다가 당뇨가 심해서 발가락도 썩어가고 있던 중이었다. 다쳤다는 동생에게 집이 넘어갔다는 이야기는 할수도 없고 아버지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아무런 관심이 없고 그저 그만두고 싶다는 이야기.. 이런 상황에서 정신 못차리고 밴드 스케줄이 잡혀있다고 악기를 찾으러 짐을 찾으러갔더니 '한달안에 짐을 찾아 가지 않으면 컨테이너 안의 모든 물품이나 가구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겠다'는 사인을... 결국에는 사인을 한다음에야 합주에 필요한 악기들을 꺼낼 수 있었다.

 

그 이후에 나는 한차례 어머니의 장난으로 전세금도 날리고 집이 경매로 또 넘어간 사실을 안 날에 아버지는 술에 취해 도로변에서 머리가 다치는 사고로 떠나셨다. 그리고 그때 어머니가 집 명의로 장난쳐놓은 서류때문에 얼마전 재판도 했던거고..

 

떨어지다보면 끝이있다고 하는거 다 거짓말이다. 그리고 법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한 가족의 소중한 물건들을 다 쓰레기로 취급했다. 나 말고도 쓰레기장같은 컨테이너박스에 짐을 빼앗긴 사람들이 꽤나 많이 있던게 기억난다.

살면서 각기 다른 모습과 사정으로 쫓겨나고 인간이하의 대접을 받는 사람들 모습들이 계속해서 들린다. 외면하고 이제부터 너 하나 잘 챙기고 행복하라고? 좆까라 마이싱이다. 겪어본 일 중에 외면해서 해결된 일 아무것도 없다. 불행은 끝없이 확장되고 남일이었어도 부메랑처럼 내게도 돌아오고, 나의 일에서 벗어났어도 곰팡이처럼 언제든 다시 피어나는 법이다. 끝나지 않은 나의 가난을 핑계삼아 해충들이랑 똑같게 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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